활동사진도 뉴미디어였다!
 

불과 10년 전에만 해도 케이블 텔레비전을 뉴미디어라고 불렀다. 지금 그렇게 말한다면 시대착오라고 할 것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도 꽤 되었고, 최근에는 훨씬 첨단적인 매체들이 많이 등장해서 인터넷을 뉴미디어라고 하기에는 조금 쑥스러운 감이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미국에서도 인터넷은 뉴미디어로 분류된다.
 

초기에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이 이용자의 중심을 이루면서 정보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던 인터넷은 포르노 사이트와 게임 사이트 등의 오락적 이용 단계를 지나서, 이제는 인터넷 상의 전자 상거래 (e-commerce)가 활발해지면서 상업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인터넷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에 주목하면서 인테넷이야말로 이제까지의 일방향 매체와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뉴미디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신문 잡지나 텔레비전 라디오 같은 올드 미디어의 소멸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사를 돌이켜 보면 모든 매체는 처음에 다 혁명적인 뉴미디어라는 소리를 들었다. 텔레비전이 처음 출현하여 대중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자 많은 이들이 텔레비전의 그 감각적 전염성에 주목하고, 텔레비전이야말로 이전까지의 매체와는 질적으로 다른 매체라고 하면서 여러 이론들을 내어 놓았다. 지금은 완전히 한물간 구닥다리 취급하지만 아직도 라디오야말로 방송이란 개념을 현실화시킨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매체라고 평가하는 학자들이 꽤 있다. 활동사진이라 일컬어지던 영화와, 그것의 기술적 토대가 되었던 사진의 출현은 또 어떠했던가? 그 유명한 발터 벤야민은 사진 매체의 출현을 목격하면서 새로운 기술복제 시대의 도래와 예술의 운명에 대해 논하지 않았던가? 왕년에 뉴미디어 아니었던 매체 없고, 다들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매체라는 소리 들으면서 처음 출현했고, 이제 각자 현대 문명 속에 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금 뉴미디어로 일컬어지는 인터넷은 이제까지의 매체에 비해 별로 새로운 것도 없는 것같다. 상호작용성을 갖는 네트워크야 전화같은 통신매체의 기본이고, 그 정보성이야 이미 활자 매체를 통해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인터넷만이 역사상 유일한 뉴미디어인 것처럼 대단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인터넷의 발달로 다른 올드 미디어는 금방 소멸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 것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뉴미디어의 발달이 올드미디어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서로 상극관계이기도 하면서 상생관계이기도 한 것이 바로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 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회사들인 닷캄(dot-com)의 등장이 인터넷 중심의 온라인(online) 광고 쪽보다는 오히려 전통적인 올드 미디어 중심의 오프라인(off-line) 광고 시장을 자극하고 있는 현상이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amazon.com>                        <evolve.com>             <terra.com>

“월스트리트에서 번 돈, 메디슨에비뉴에 쏟아 붓는다.”
 

한국도 요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미국이야말로 닷캄 등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들의 성공담이 언론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닷캄 광기(dot-com frenzy)라고 불릴 정도로 뉴스는 닷캄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나고, 광고계는 닷캄광고로 희색이 만면하다. 신문기사를 검색한 통계에 의하면 1998년에는 닷캄이란 말이 신문에 430번 정도가 나왔는데 반해 그 다음해인 1999년에는 10배가 넘는 5,600번 정도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주가가 폭등하면서 졸지에 때돈을 벌어 현대판 골드러시의 주인공들이 되어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닷캄들 중에는 그야말로 동네 구멍가게를 단지 인터넷상에 개설한 수준밖에 안되고 방문자도 별로 없어 파리 날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만큼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상에 개설한 웹 사이트들의 지속성이 떨어지지만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인 .org의 지속성이 그나마 가장 높다고 한다) 특히 닷캄들은 굉장히 불안정하다. 어제 있었던 웹 페이지가 오늘 접속해 보면 없어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 개설한 닷컴들 중에 대략 10% 정도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닷캄 광기가 한 순간의 거품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경쟁은 아직까지도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본다. 아마존 닷캄(Amzon.com)같이 탄탄한 기반을 갖춘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만고만한 수준의 닷캄들이 명멸하는 수준이다. 닷캄 광기의 아수라장 속에서 망하는 자 있을 것이고 흥하는 자 있을 것이다. 거기서 살아 남는 강자는 덩치를 키우면서 더욱 강해질 것이요, 그렇게 덩치를 키운 닷캄 거인들끼리의 아마겟돈 대전이 펼쳐질 때, 그 때부터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지난 3월 5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렇게 전망하고 있다.
 

“사람들이 아마존 닷캄의 목표가 그저 많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많이 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인터넷상의 거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아마존 없이는 인터넷상에서 어떠한 비즈니스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수많은 고만고만한 닷캄들이 소비자의 마음 속에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선점하려고 혈안이 되어있고 그러다 보니 그나마 벌어들인 돈을 광고에 온통 쏟아 붓는 상황이다. 닷캄들의 광고비 책정은 일반 기업의 상식을 파괴한다. 지금과 같은 경쟁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뇌리에 확실히 자사 브랜드 네임 (웹 어드래스)을 심지 않으면 결국에는 도태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엄청난 광고비를 퍼붓고 있다. 99년 가을동안에만 대략 20억불 정도의 광고비를 지출한 닷캄은 2,000년에 대략 74억불 정도의 광고비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요즘 미국에서는 닷캄이 ‘월 스트리트에서 번 돈을 메디슨 에비뉴에 쏟아붓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몇몇 닷캄 광고주들과 거래하고 있는 대행사의 한 광고인은 요즘에는 1주일에 보통 15건 정도의 광고의뢰 문의 전화를 닷캄으로부터 받는다고 하면서 자신의 15년 광고 경력 중 이런 붐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nextcard.com>

새 술은 헌 부대에, 헌 술은 새 부대에
 

그런데 역설적인 현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이러한 닷캄들이 인터넷 온라인 광고보다는 올드 미디어에 의존하는 오프라인 광고에 더 주력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닷캄들은 최소한 광고비의 70% 이상을 오프라인 광고에 집중하며, 전적으로 100%를 오프라인 광고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온라인 광고 매체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4대 매체와 옥외광고, DM 매체의 미디어 믹스에서 온라인 매체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고 그 성장률도 그 어느 매체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닷캄들이 온라인 광고보다 오프라인 광고에 치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닷캄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고지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전자 상거래의 신뢰감을 높이는데 온라인 광고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조사회사에 다르면 DM 매체가 소비자의 신뢰도가 가장 낮고 그 다음이 온라인 광고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매체 이용습관은 생각만큼 그렇게 급격히 바뀌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상의 전자 상거래를 해야 하는 닷캄들로서는 소비자 인식이 낮은 온라인 광고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 미국 내 인터넷 인구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1998년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미국 내 가구는 전체의 41%였고, 1999년 한 해 동안에 괄목할만큼 성장한 게 54% 정도이다. 또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를 전체적으로 알리는 데는 오프라인 광고가 온라인 광고보다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광고형태인 배너 광고의 평균 클릭 율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1995년에 런치한 뉴스넷트웍인 살론 닷캄 (slaon.com)은 1998년까지 온라인 광고에만 집중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반면 1998년에 런치했지만 꽤 탄탄한 기반을 잡은 프라이스라인 닷캄 (priceline.com)은 최근까지 오프라인 광고만 주력하다가 최근에야 온라인 광고도 조금씩 하는 정도였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닷캄이 전통적인 오프라인 광고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확실한 전통적인 기업들은 갈수록 온라인 광고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비자카드는 전자 상거래의 필수적인 결재수단으로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분야에 2,500만불에서 3,000만불 정도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1,000만불 정도를 온라인 광고에 지출하고 있다. 결국 뉴미디어 관련 벤처기업일수록 올드 미디어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전통적인 기업일수록 뉴미디어 광고를 통해 새로운 세분 시장을 집중공략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아니라, 새 술일수록 헌 부대에 담아 친근감을 높이고, 헌 술일수록 새 부대에 담아 신선감을 부여하는 전략이다.
 

      
<etra.com>             <hotjobs.com>         <monster.com>            <pets.com>

슈퍼 볼인가, 닷캄 볼인가?
 

미국 광고시장에서 닷캄 광고의 최근 열기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바로 올해 열린 슈퍼 볼이다. 매년 1월 마지막 일요일에 열리는 슈퍼 볼 경기는 1억 3천만 미국인이 시청하는데, 미식축구의 열기도 열기려니와, 그 광고의 열기 또한 미식축구 못 지 않다. 30초 광고 한 편에 약 220만불올하는 그 비싼 단가가 우선 그렇고, 그 해 새로운 광고 캠페인이 일제히 선보임으로써 미국 한 해 광고의 흐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통적으로 슈퍼 볼의 주요 광고 카테고리는 스포츠, 청량음료, 페스트 풋 및 스넥류 브랜드들이었다. 그것은 이들이 미국 내의 대표적인 광고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미국인들의 슈퍼 볼 게임 시청 형태가 무언가를 늘 먹고 마시면서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 해 슈퍼 볼 광고는 닷캄 광고로 완전히 물갈이가 되었다. 1999년 슈퍼 볼 광고 중에서 닷캄 광고는 단 두 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총 36편의 슈퍼 볼 광고 중에서 17편이 닷캄 광고였다. 이것은 거의 반에 가까운 수로 아마 역대 슈퍼 볼 광고 중에 한 카테고리의 광고가 이렇게 지배적이었던 예는 드물 것이다. 사실 올해 슈퍼 볼 광고단가도 예년에 비해서 급상승했는데 닷캄의 광기에 가까운 브랜드 선점 전략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뉴욕 타임즈지에서는 올해의 슈퍼 볼을 첫번째 닷캄 볼(dotcom bawl)이라고 일컬을 정도다.
 

그러면 과연 슈퍼 볼 닷캄 광고가 효과가 있는가? 이것은 1999년 슈퍼 볼에 처음으로 광고를 한 두 닷캄들이 그 결과 어떤 치명적 손해(?)를 보았는가 하는 사례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1999년 슈퍼 볼 경기 때 핫잡스 닷캄(JotJobs.com)은 슈퍼볼에 처음으로 광고를 내보냈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브랜드를 고지해서 우선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갖고…. 그런데 광고가 나간 후 약 2분 후부터 갑자기 그 닷캄의 웹페이지에 방문자 수가 폭주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경기 당일 및 그 다음 주까지 평소보다 평균 7 ? 8배의 방문자가 폭주하면서 핫잡스 닷캄의 로딩 속도가 형편없이 느려지고 결국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결국 기껏 소비자들에게 이름 알려서 방문하게 해놓고는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만 입은 꼴이 되었다 (당사자들은 얼마나 원통할까!). 반면에 또 다른 닷캄인 몬스터 닷캄(Monster.com)은 그런 결과를 예상하고 100대 정도의 서버를 더 보강하는 철저한 준비성을 보였다. 슈퍼 볼 광고가 그만큼 위력적이다. 그래서 올해 슈퍼 볼에 광고하는 닷캄들은 지난해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준비들을 단단히 했다고 한다.
 

이것은 텔레비전 광고의 효과에 대한 전통적인 이론들을 무색하게 하는 사례들이다. 전통적으로 텔레비전은 DM이나 POP 등에 비해 직접적인 반응을 유발하기에는 부적절한 매체로 간주되었고, 인지도를 높이거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닷캄이나 수신자 부담 전화서비스 (미국의 경우 1-800 서비스)의 광고들은 광고가 나가면 즉각적으로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소비자의 행동반응은 당연하다. 다른 상품들은 아무리 광고가 매력적이라 해도 보자마자 지갑 들고 가게로 뛰어나가서 사는 경우는 드물다. 광고는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각인되고, 결정적인 구매시점에서 재생되어야 한다.  하지만 닷캄광고를 보다가 마음에 들면 (웹 사이트 주소 까먹기 전에) 바로 그 옆 방의 컴퓨터 켜서 그 사이트에 접속하고, 만약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바로 주문하고 카드로 결재한다. 광고 접촉에서부터 구매행동에 이르는 그 복잡한 전 과정이 텔레비전 닷캄 광고에서는 아주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텔레비전이 직접반응 (Direct Response) 광고 매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닷캄이 광고매체로서의 텔레비전이 갖었던 성격조차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올해 슈퍼 볼 (혹은, 닷캄 볼)이 끝난 후 미국의 몇몇 조사기관에서는 닷캄광고의 효과에 대한 조사결과를 앞 다투어 발표했다. 그 중에서 미디어 메트릭스(Media Metrix)라는 조사회사에서는 슈퍼 볼에 광고한 닷캄들의 일요일과 그 다음날인 월요일의 방문자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3주전의 일일 평균 방문자 수와 비교함으로써 그 효과를 측정했다. 그 결과, 광고효과는 그 전해와 달리 닷캄에 따라 각각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웹사이트들 (Epidemic.com, Lastminutetravel.com, netpliance.com 등)는 방문자 수가 월등 증가했지만 어떤 웹사이트들 (E*Trad.com, Monster.com)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효과가 차이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새로운 닷캄들이 슈퍼 볼 광고 전후에 방문자 수에서 차이가 많이 나고, 이미 널리 알려진 닷캄들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또 다른 조사회사인 헤리스 인터엑티브 (Harris Interactive)의 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비보조 인지도에서 상위를 점하는 광고들은 이미 기반을 잡은 주요 닷캄들의 광고였다 (E* Trade 54%, Pets.com 41%, Monster.com 24%, Hotjobs.com 11%). 나머지는 닷캄은 두 자리수 미만의 낮은 인지도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expedia.com>
 

과도기 그 후, 기대되는 무선 마케팅
 

닷캄의 열풍은 슈퍼 볼같은 텔레비전 광고에만 몰아치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또 다른 올드 미디어인 잡지 광고에도 짭잘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인터넷 관련회사들이 1999년 한해동안 잡지 광고에 대략 1억 8,000만불 정도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것은 전년과 대비해서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경우이다. 닷캄들이 텔레비전 광고에 치중하면서 클러터현상과 광고단가 상승을 우려하여, 많은 닷캄들이 잡지광고로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치엔진인 에스크 집스(Ask Jeeves)는 한해 광고예산이 대략 1,500억불에서 2,000불 정도인데, 99년도 2/4 분기와 3/4 분기에는 TV와 라디오와 잡지에 똑같이 광고비를 배정했다. 하지만 TV광고에 너무 많은 인터넷 관련회사 광고가 폭주하고 있다고 판단해서 99년도 4/4분기의 광고비를 전부 잡지광고에만 배정했다. 특히 이 서치 엔진은 자료를 찾을 때 키워드 대신에 질문형으로 입력해서 자료를 찾는 자신들의 특성을 살려서, 각 잡지마다 다른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에스크 집스 웹 사이트를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뉴미디어 관련 기업들의 활성화로 올드 미디어 광고가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미국 광고계의 현황을 살펴보았는데, 뉴미디어로 올드 미디어가 소멸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처럼, 광고에서의 이러한 올드 미디어의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라 보는 것도 적절치 않다. 어디까지나 과도적 현상이기 쉽다. 이것은 광고주 자체인 닷캄의 전자상거래 측면과 광고 매체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닷캄 열풍 자체가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한창 잘 나가던 닷캄들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으며, 전자상거래의 최강자인 아마존 닷캄을 비롯하여 벨류 아메리카 (Value America), 비욘드 닷캄(Beyond.com) 같은 회사들이 직원들을 감원하고 있다고 한다. 메릴린치의 한 분석가는 아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인터넷에 상점을 차려 놓고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적절치 않은 인터넷 모델이다. 대규모 창고를 갖춘 전통적인 판매점들과 과연 경쟁이 되겠는가? 사람들은 그 전에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열광 때문에 무시되어 왔다. 이제 진지하게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거품으로 끝나지 않고 더욱 발달을 한다고 해도 올드 미디어 광고의 호황은 과도적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이용한 광고라고는 베너 광고 정도다 보니 뉴미디어 관련 닷캄들이 올드 미디어에 의존했던 것이기에 새로운 광고 매체의 모색과 개발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래서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광고 마케팅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메일을 이용하거나, 웹 페이지의 텍스트와 링크하거나, 스폰서십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특히 휴대폰이나 삐삐나 무선 웹등 이동통신 수단을 통해 소비자 개개인의 기대에 맞는 맞춤정보를 제공하는 무선 마케팅 (wireless marketing)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그 동안의 전자상거래가 소비자가 실내에서 컴퓨터 앞에 앉을 것을 전제로 상당히 인공적인 환경을 요구했던 것에 비해, 소비자를 언제 어디에 있든지 전방위로 포위한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한 광고 마케팅 수단일 수 있다.
 

<grainger.com>